춘천마라톤과 첫 풀코스
마라톤의 시작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체중 감량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항상 30살 무렵의 몸매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난 30년은 무겁게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하용영 고문님의 끈질긴 권유도 있어서 목마에 가입하였습니다. 막상 가입하고서도 여러 가지 집안일로 인하여 참석하지 못하다가 3월 중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석하였습니다. 새벽에 일어날 자신이 없어 저녁 훈련에 참석하였고, 10킬로를 달린 후 숨을 헐떡이는 저의 모습을 제가 안쓰럽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 후 새벽에 나가면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새벽을 나가기로 하였고 집과 직장이 멀지 않아 새벽 훈련에 참석하여도 별 영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처음 얼마간은 오전 시간대에 쏟아지는 잠을 참아 내야 했습니다. 4월 27일 양천 마라톤 대회 10킬로에 참석하였는데, 56분대가 나왔습니다. 6월 2일에는 새벽강변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였고 53분대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매월 2킬로 정도씩 살이 빠졌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폴코스 신청과 준비
2025년도 동아마라톤 대회 신청을 6월 18일에 하였습니다. 풀코스 신청을 하였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준비하면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며칠 후인 6월 24일에 2024 춘천마라톤 신청을 할 수 있었고, 하프를 신청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하프 코스가 없었고 10킬로와 풀코스만 있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폴코스에 신청하였습니다. 춘천 마라톤에 하프 코스가 있었다면 하프 코스를 신청하였을 것입니다만, 풀코스를 선택하였고, 결국 10월 27일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풀코스를 염두에 두고 훈련하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이 풀코스는 LSD를 많이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하프도 뛰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훈련 프로그램을 따라가면서 혼자 안양천에서 장거리를 뛰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졌지만, 세월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개인적인 LSD는 대회 전까지 한 번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클럽 훈련 시 5~6회의 하프 훈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번 정도는 참석하지 못하였고, 32킬로 훈련은 9월경 상암동에서 1번, 그리고 10월 국제평화 마라톤에서 1번 모두 2번을 할 수 있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체중 감량 이외에도 이왕이면 기록도 내 보자는 욕심을 내어 클럽 훈련 시간 이외에 퇴근 후 10킬로 정도 달리고 근력 운동도 나름 하였으나, 과욕이었고 8월 말 왼쪽 무릎 옆 근육(힘줄?)에 부상을 입어 9월 한 달은 느린 조깅으로 훈련을 최소로 하였고, 부상이 회복될 무렵 기록 욕심은 버렸습니다.
LSD를 위하여 9월 8일 이천 도자기 마라톤에서 하프, 9월 29일 런인 서울 대회에 32킬로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이천 마라톤은 부상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런인서울 대회는 취소되었습니다. LSD 훈련은 10월 3일 국제평화 마라톤에서 33킬로 뛰어 보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상암동에서 32킬로미터를 뛸 때는 25킬로미터 이후 체력 저하가 왔는데, 국제평화마라톤에서는 30킬로 이후 체력 저하가 왔습니다. LSD훈련을 하면 몸이 장거리에 적응하여 한계를 확대하므로, LSD훈련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LSD훈련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10월 중순경 클럽에서 LSD훈련을 하였는데, 지방에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나는 조바심이 생겼으나, 경주 토함산을 중단없이 천천히 뛰어 올라 가는 것으로 만족하였고 그것으로 자신감을 가지려고 하였습니다. LSD훈련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고, 춘천마라톤 풀코스 32킬로를 지나면서 더욱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
춘천마라톤 준비위에서 대회 요강이 왔습니다. 앞부분부터 찬찬히 읽어 봅니다. 대회시 주의사항에 돈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이게 뭔가 싶어 궁금하여 설명을 보니 중도 포기하는 경우 차비와 음료수 비용이라고 합니다. 나는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라서, 돈은 준비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주변에서 목표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봅니다. 나는 선뜻 3시간 50분이라고 시간을 말해 주지만, 속으로는 ‘첫 풀이니 기록에는 신경쓰지 말자. 즐겁게 완주를 해 보자. 마지막 들어올 때 환한 웃음을 지으며 결승선을 통과해 보자’는 마음을 다져봅니다.
2024년 10월 27일 꿈결에 음악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4시 48분입니다. 소풍가는 초등학생처럼 밤 12시 30분에 잠이 깨었다가 다시 자려고 해도 설렘과 긴장감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아 3시 30분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지각할 뻔 하였습니다. 서둘러 법안정사로 가니 5시 23분입니다. 춘천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회장님은 단풍이 절정이라 단풍구경 하고 오자고 하시고, 훈련 팀장님은 과정에 충실하고 결과로 보상받자고 하면서 안전하게 레이스를 하자고 하십니다.
춘천 마라톤 코스에는 언덕이 많았습니다. 고저도를 두고 세어보니 염두에 두어야 할 언덕의 개수는 5~6개였습니다. 10킬로 안쪽에 있는 언덕은 별걱정이 없었으나, 25킬로 정도부터 시작되는 은근한 오르막과 그 이후에 이어지는 2킬로 정도의 오르막은 이미 체력이 많이 소모된 상태라 쉽지않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코스 41킬로 지점에 주차하여 텐트와 응원도구를 설치하고 웜업을 하였습니다. 날씨는 13도에서 16도 사이이고 옅은 구름이 끼어 있습니다. 날씨는 마라톤을 하기에 최상의 날씨입니다. 햇살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모자에서 헤어밴드로 바꾸었습니다.
F조에서 훈련팀장이 페메를 해 주기로 하였고, 하용영 고문님과 김이철 선배님도 함께 달리기로 하여 4명이 출발하였습니다.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정신을 빼앗겨 첫 풀코스라는 부담감과 긴장감도 사라졌습니다. 원래 계획은 하프까지 5분 40초로 달리고 후반은 5분 20초로 달리겠다는 계획을 잡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32키로미터 이후의 세상을 모르는 참으로 어슬픈 계획입니다. 전반보다 후반을 더 빨리 달릴 정도의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데도 말입니다. 팀장이 계획을 듣더니 무언가 말하려다 말고 그대로 해 보자고 합니다. 안전을 위하여 앞의 조가 출발한 후 몇 분의 여유를 두었고, F조는 9시 30분이 다 되어서 출발하였습니다. 출발 후 10킬로까지는 삼악산을 앞으로 옆으로 두고 달립니다. 삼악산은 높지 않아도 산세가 험하고 단풍도 아름답습니다. 삼악산 입구의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 절벽이 절경인데, 삼악산에 쌓인 눈을 밟으며 등산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달렸고, 삼악산 정상으로 케이블카가 설치된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10킬로 미터 이후는 의암호를 오른쪽으로 끼고 평소 훈련했던 대로 달렸습니다. 급수대를 가서 물을 집으려고 하였으나, 계속해서 스포츠 음료만 잡혔습니다. 급수대에는 스포츠 음료가 많았고 물은 적어보였습니다. 목이 점점 말랐습니다. 달리던 중 이번이 첫 번째 풀코스니 30키로 이후에 러너스 하이 경험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려다가, 얌체 짓 같아서 하지 않았고 마지막 까지 러너스 하이는 오지 않았습니다. 얌체스럽지만 다음번에는 꼭 러너스 하이가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숨이 어깨까지 차오를 무렵 신매대교에 도착하였습니다. 신매대교에 하프지점이 있고, 최은수 총무님이 곽형근님과 함께 에너지젤을 나누어 주신다고 하셨기에 주로 가운데에서 우측으로 빠지려고 하였으나 러너가 많아 쉽지 않았습니다. 총무님을 본 직후 우측으로 나가려다 후미 주자와 부딪힐 뻔 하기도 하였습니다. 에너지젤을 받아 바로 먹고 신매대교로 올라가니 양쪽으로 응원단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응원 소리를 들으면 몸이 자연스럽게 빨라집니다. 그래도 오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7킬로 이후 서상대교가 나옵니다. 서상대교는 상당히 긴 다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상대교를 달릴 때부터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릅니다. 숨이 턱까지 차 오릅니다.
하용영, 김이철님은 앞서 달리기 시작하였고 나는 팀장님과 함께 달립니다. 춘천댐을 지날 무렵 팀장이 목동운동장에서 15킬로 훈련할 때를 기억하라고 하였는데 몸은 완전히 퍼진 상태였고 속도가 킬로미터 당 10초, 20초 씩 느려집니다. 33킬로 이후에는 체력이 거의 방전된 느낌입니다. 이전에 단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 지 걱정도 됩니다.
입에서는 신음소리 같은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 않으려고 해도 멈추기가 힘듭니다. 마을회관 옆에 서 있던 분이 ‘김성철 파이팅’이라고 외쳐 줍니다. 고마웠습니다. 자세를 잡아 보려고 해도 잡히지 않았고, 정신력으로 달려보려고 하여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걷고 싶다는 생각도 나지 않았고 느려지는 속도를 높여 보려고 하여도 되지 않았고 기계적으로 달렸습니다. 페메를 해 주던 팀장의 격려와 음료수 공급 그리고 밀어주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10킬로의 절반은 5킬로이고 20킬로의 절반은 10킬로이지만 풀코스의 절반은 하프가 아니고 나에게는 35킬로미터입니다. 35킬로 이후부터는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 의지로 달린 것 같지 않습니다.
41킬로미터 지점에 목마 응원단이 보이리라 기대하는데 아무리 달려도 보이지 않았다가, 멀리서 북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쉽니다. 출발선부터 본 수 많은 응원단 중 최고입니다. 그리고 힘을 내어 달렸지만 골인 지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 골인 지점을 뒤로 옮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팀장님이 월계관을 받아 앞서 갔고 수많은 사람의 함성과 응원을 들으며 드디어 평생 처음 42.195킬로미터를 완주하였습니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니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첫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신 분들과 페메를 해 주신 팀장님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록(대회주체 5킬로마다 측정 기록 기준, 심박, 케이던스는워치 기준)
기록 : 04:00:37
페이스 : 05:42min/㎞
평균심박수 : 142bpm
케이던스 : 181spm
랩기록(구간별) : - 5k : 28:06
-10k : 27:54
-15k : 27:34
-20k : 27:34
하프 : 01:57:13
-25k : 27:23
-30k : 28:01
-35k : 28:54
-40k : 30:49
-도착 : 1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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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춘천마라톤-첫풀 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