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일지

도 약 ( 2월 18일)

김영애

2008-02-19 00:25:25

복수초

몸을 솟구쳐 위로 오르는 일,
더 높은 단계로 발전 하는 것...

초저녁  '우리말 달인'에서 뜻에 해당하는 단어를 맞히는 것에서
나는 도약을 맞혔다.
도약! 12월 부터 불과 한 두어달.. 비교적 짧은 훈련기간,
무엇인지 모르지만, 몸에서 부터 나오는 이런 기운들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32.195킬로 고구려 대회가 며칠전 부터 내심 걱정스러웠다.
배번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번이야 말로 심판을 받아봐야 하겠기에
나가 본다는 마음과 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같이 했다.
막상 대회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덤덤했지만, 아침도 못 먹어서 걱정,
10킬로도 힘들었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
내 친구 명규는 신청해놓고 페메를 해준다고 하는데, 배번없는 나를 페메 해준다는 것이
더 미안하고, 혼자 뛰려니 또 내겐 처음 도전이라 것도 만만치 않을것 같았다.
이승미님, 김민숙님, 이정임님, 나...모두 뻐꾸기로 3시간 30분에 같이 뛰기로 했다.
페메 노란 풍선을 따라 뛰는데 마구 달려 나가는것 같았다.
승미언니와 민숙언니는 따라 가시는데 나는 나 자신을 모르기에 처음부터
속도 내는것도 겁나고 사실 벅찼다. 그냥 완주나 하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뛰는데
이정임 언니는 묵묵히 내가 가는데로 따라와 주시니 참으로 힘이 난다.
바람은 심하게 분다. 지리한 달리기..
누가 저 앞에서 기다린다면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장동건?에구 안끌리네..(TV에서 정원아 결혼해
줄래?할땐 미치겠던데..) 박정상(에구 이아저씨 생각하니 재미 더없네) 지윤이 주이?(얘네들이
나와서 응원해 준다면 힘이 좀 날것 같네..) 이런 생각하다 보니 막상 간절히 보고싶은
사람도 없네 그랴,.. 다행히 목마 식구들이 기다려 주실거란 생각으로 중도에 포기하질
못하겠다.

12킬로를 지나고 방화대교인가? 그 부근에서 턴을 하는데 배도 고프고 이제 달리기가 싫을 무렵,
물 몇 모금과 바나나가 큰 힘이 된다.
다시 염창동 부근 내구역에 도착하니 또 배가 고프다. 물이 저멀리 보이면 마구 뛴다. 목마름이 배고픔을
앞지른다. 중간 중간 물만두와 쵸코파이등 먹을 것, 장거리 코스 이것도 괜찮은 경험인데? ㅎㅎㅎ
배번 없이 미안한데, 이것 저것 가릴 형편도 아니니, 할수 없지만...참 좋은 아! 고구려 대회~
동아국제 마라톤 대회때 내가 만약 뛴다면..뒤에다 뭔가 주렁 주렁 달고 뛰어 볼까 생각했었다.
목동 초등학교? 금호생명? 이공계를 살리자 ! 역사를 알고,지키자! 내사랑 고구려여~
안그래도 회사에서 이제사 지원해준다고 회사마크를 달고 뛰어 보면 어떻겠냐 해서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다."옷 한벌 해주시고 홍보하라시면 곤란혀유~ㅎㅎ 생각은  해볼께용 "...
여하튼, 고구려대회가 너무 고맙다. 역사를 간절히 지켜내고픈 사람인데
맨입으로 뛰려니 참 송구스럽다. (얻어 먹은게 얼마야)
시계가 있었다면 내 기록을 정확히 알 수도 있었을테고, 좀더 빨리 뛰어보려고 욕심을 부렸을지도
모르겠다. 27킬로가 지나니 1킬로도 무척 길게 느껴진다. 여전히 묵묵히 나 가는데로 따라와
주시는 언니가 너무나 고맙고 힘이 되었다. 편안히 32.195! 도착,시간을 물어보니 대충 3시간 30분쯤.
참으로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하다. 기록을 떠나서 할 수 있을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장갑을 잃어 버려 새걸 사주신 송인범님의 마음 담긴 따뜻한 장갑과 김화기님이 특별히 챙겨주신
파워젤이 오늘 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이자 뛸 수 있었던 큰힘, 목마인이기에 누리는 너무 큰 혜택이다.
과연 10킬로를 더 뛰어 동아를 완주할 지 의문은 남았지만, 욕심은 부려봐야 하겠다.
오늘 하루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젠 좀 찌뿌둥 했는데 오늘은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내일은 또 내일의 위대하고 포근한 태양이 뜬다.
오늘도 어김없이 만나는 공원 식구들, 한층 푹해진 날씨에 살가운 가족들과 하루를 마무리 한다.

( You are so ...beautiful)
경민선,권영호,권종현,김민숙,김수학,김영애,김화기,나옥주,민윤기,민인옥,박동재
신   철, 이만종,이윤선,이승덕,정성모,정예모,조은영,최정호,하용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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