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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 10k 후기 |
 권훈달 |
2025-02-28 00:04: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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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도 추운데, 가도 대구(되구) 안가도 대구(되구)’대회 전날까지 고민이 계속 된 이유는 10k 신청을 해 놓고도 연습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마라톤이라는 정직한 운동 앞에 나는 늘 요행만 바라고 임했으니 결과는 자명하다. 새벽 3시 10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25분 만에 목동 파리공원에 도착하니 리무진 버스 2대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2호차에 탑승하여 나눠주는 간편식으로 아침을 먹고 대구 스타디움에 도착하니 8시쯤 되었다. 10k는 10시에 출발한다고 하기에 느긋하게 볼일도 보고 따뜻한 실내에서 대기를 했다. 안철수 의원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통로에 앉아 있기에 긴가민가했는데 나중에 방송을 통해서 하프코스를 달렸다는 소식을 듣고 제대로 봤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대회에 총4만 명이 참가를 했는데 10k 참가자도 1.4만 명이라고 한다. 5k까지는 6분 페이스로 달렸는데 언덕을 만나면 여지없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대구는 닭들이 많이 뛰어 놀았던 넓은 벌판을 뜻한다고 해서‘달구벌’이라고 한다. 나 같이 뚱뚱한 닭은 뒤뚱뒤뚱 달리다가 내리 막길 에서는 폴짝폴짝 뛰고, 날씬한 닭은 홀닥홀닥 달리고, 빠른 닭은 후다닥 달린다. 메달과 간식을 받아들고 옷을 찾아서 우리클럽 부스로 가니까 사물(四物)을 이용한 우렁찬 응원 소리에 천지가 진동한다. 신나는 응원, 맛있는 음식, 반가운 사람들 내가 마라톤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다.
대구는 양동이 모양의 분지(盆地)로 형성되어있는데 분지는 오랜 세월 퇴적물들이 쌓여서 형성된 것이고 경상누층군(慶尙累層群)에 속하며 중생대 백악기말 불국사 조산 운동 때 팔공산도 융기(隆起)했다고 한다. 북쪽의 팔공산은 남성을, 남쪽의 비슬산은 여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대구는 앞산이 유명한데 서울, 경주와 달리 남산이라고 부르지 않고 앞산 이라고 부르는데 이유는 도읍지가 아니었기 때문 이다. 남면출치(南面出治)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고 정사를 펼친다.’남산과 앞산은 같은 뜻이다.
팔공산의 본래 지명은 공산(公山)이었는데 고려의 왕건과 후백제의 견훤간의 공산전투에서 궁지에 몰린 왕건을 대신해서 전사한 신숭겸, 김락, 전이갑, 의갑 형제 등 8명을 기리기 위해서 팔공산이라고 했다는 설과 중국 5호16국 시대 때 동진(東晋)과 전진(前秦)간에 있었던 비수(淝水)전투가 공산 전투와 유사하여 붙여진 지명이라는 설이 있는데 후자가 더 신빙성이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명들은 당시 대국이었던 중국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 이는 사대주의(事大 主義)에 기반을 둔 것인데 조선시대 때뿐만 아니라 이전 삼국시대 때도 그러했다. 가령 大邱의 邱는 본래 丘였는데 공자의 이름이 孔丘(공구)였기 때문에 피휘(避諱) 했다고 한다. 임금의 이름 외에 지명까지도 피휘 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려 때 정몽주는 대국을 섬기는 일을 자연의 섭리 ‘약육강식’에 비유 했고, 조선 세종 때 최만리는 한글 창제를 반대하면서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은 일본이나 만주족 같은 오랑캐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맹렬하게 반대를 했다. 명나라는 조선을 동이(東夷)라고 했지만, 조선의 관료들은 소중화 (小中華)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정몽주는 충신이요, 최만리는 조선시대 청백리 중에 으뜸이니 사람은 누구나 공(功)과(過)가 있기 마련인 것 같다. 공덕 오거리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고개가 ‘만리재’ 인데 최만리가 벼슬할 때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그동안 마포구 아현동{阿(언덕)峴(고개)}을 ‘낮은 고개’가 있는 동네 정도 로만 생각했었다. 얼마 전 지하철 애오개역에서 하차하여 출구로 나오다보니까 중국어로 {兒(아이 아)岭(고개 령.재 령)) 되어있다. 아이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 찾아보니까 조선시대 때 4대문 안에서 애들이 죽으면 이곳에 묻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현동 산 7번지에는 아이들 무덤 아총(兒冢)이 있다고 한다. ‘兒峴’으로 써야 맞을 것 같다.
대구의 지명들은 공산 전투와 관련하여 붙여진 이름 그리고 대구 읍성과 달성토성 을 중심으로 붙여진 지명들이 많다. 그래서 지명에 성(城)이 많다. 수성구에 범물동(凡勿洞)이 있는데 이곳에는 호랑이들이 출몰하여 사람들을 많이 물어갔기 때문에 범한테 물려갔다고 해서 범물동이라고 한다고 한다. 신라시대 때는 대구를 달구벌(達句伐)이라고 했는데 한자로만 봐서는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것을 음차(音借)했다고 하는데 한자의 음을 빌려 사용한 것이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靑蘿)언덕이 대구에 있다. 이은상씨가 고등학생일 때 언덕 위 선교사들의 주택 벽면 푸른 담쟁이덩굴이 있는 곳에서 만났던 여고생을 흰나리꽃에 비유해서 곡을 썼다고 한다. 개나리는 나리꽃만 못하다고 해서 개나리라고 한다. 이를테면 살구보다 못한 개살구, 복숭아 보다 못한 개복숭아 등이 있다.
재사 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속담이 있는데 내가 그런 것 같다. 달리기 보다는 유람(遊覽)에 관심이 더 많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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