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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권훈달 |
2025-01-05 16:3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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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霖雨) 윤흥길 作
오늘은 소한(小寒)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렸는데 소설(小雪)이다.
소설(小說)이나 써 볼까,,!! 이 이야기는 6.25 동란으로 어린 주인공 김동만의 외할머니 식구들이 동만의 집에서 피난살이를 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돈댁 사랑채에서 기거를 하게 되는 외할머니 식구들은 친할머니의 배려 속에서 별 불편함 없이 지내게 되지만 동만의 삼촌이 인민군에 부역(附逆)하고 외삼촌이 국군에 입대했다가 전사 하면서 부터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에 갈등은 시작된다. 동만의 삼촌은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다가 공산당에 입당하여 인민군 앞잡이노릇을 하게 되는 반면 외삼촌은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로 국군에 소위로 입대하게 된다. 동만의 삼촌은 비록 앞잡이 노릇을 할망정 동만의 외삼촌을 좋아하여 인민군이 국군 소탕작전을 펼칠 때 숨겨주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인민군에 밀고하여 사살하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장맛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어느 날 밤 외할머니는 치아가 모두 뽑히는 꿈을 꾸게 된다. 꿈 해몽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는 외할머니는 이 불길한 꿈이 군에 간 아들이 전사(戰死)했음을 알려주는 현몽(現夢)이라는 것을 직감 한다. 다음 날 전사통지서를 받게 되고 가족 모두가 오열을 하는 와중에도 외할머니는 홀로 앉아 백태 콩을 까면서 “나는 암시랑도 않타(아무렇지도 않다.) 저거 아버지(남편)가 죽었을 때는 손가락이 빠지는 꿈을 꾸었당께 (꾸었다.)”이렇게 독백을 한다. 외할머니는 가끔씩 “동만아, 너그(너희) 위(외)삼촌이 좋냐? 친삼촌이 좋냐? 너그 위삼촌 권일준은 말이다, 중학교 댕길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뽑힌 아여. 축구를(공을) 찼다하면 그저 말만한 처녀들이 사죽(사족)을 못썼응께(못썼다.) 귀테(귀티)가 있어 사람들이 떠받들고 얼굴은 오죽 잘 낫어야제(지), 순철은 비교할 바가 못된당께. (너희 친삼촌 보다는 훨씬 낫다.) 국군 소위여.”
전세(戰勢)가 역전되자 인민군은 산속으로 숨어들게 되는데 하루는 동만의 고모로부터 친삼촌이 찾아온다는 기별(奇別)을 듣게 되고 그날 밤 한 방에 모인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고모는 순철에게 자수할 것을 권유하고 순철 또한 날이 밝으면 지서에 가서 자수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갑자기 들린 발자국 소리에 순철은 경찰이 찾아온 줄 알고 혼비백산하여 산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실은 외할머니가 소피보러 나왔다가 밤중에 불이 켜져 있기에 엿들은 것인데 이 일로 사돈지간에는 골이 깊어진다. 이 일에 대하여 훗날 외할머니는 동만에게 너희 삼촌은 어차피 산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고 말해준다.
지루한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자 동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공터에 모여 고무줄놀이, 못 치기 놀이를 하면서 점심 끼니도 거른 채 놀이에 열중이다. 동만은 못 대신 훔친 할머니의 은비녀로 게임의 기선을 제압하자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다. 훗날 동만이 훔친 은비녀 때문에 동만의 외할머니는 친할머니로부터 도둑의 누명을 쓰게 된다. 맥고모자를 쓰고 나타난 사복 경찰은 동만에게 “너희 아버지 성함이 김순구 씨 맞니?”동만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곧바로 “그럼 삼촌 성함은 김순철 씨겠네. 나는 삼촌의 친구인데 삼촌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니?”거부하자 경찰은 동만을 유인한 다음 초콜릿으로 유혹한다. 결국 꾐에 넘어간 동만은 며칠 전날 밤 삼촌이 다녀간 사실을 말해준다. 결국 아버지는 지서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며칠 만에 풀려난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 아들이 전사한 것은 인민군 때문이라는 원망 때문에 외할머니는 마당으로 나와 인민군들이 숨어든 건진산을 바라보면서 원망이 가득한 큰 소리로 외친다. “옳지 더 쏟아져라. 바위 새에(사이) 숨은 뿔갱이(빨갱이)까지 다 쓸어가거라. 바위틈에 엎드린 뿔갱이 숯뎅이 (숯덩이)같이 싹싹 거실라라.(모조리 태워라.) 옳지, 하나님 고맙습니다. 하나님 고맙습니다. 더 쏟아져라.”이 광경을 마루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동만의 친할머니는 “저놈의 여편네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네. 여기가 씨방 누구 집인 줄 알고 저 ㅈㄹ이여. 보자보자 하니께(까)눈꼴 시러워 볼 수가 없구먼(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더니 그 말은 그거를 두고 하는 말이여. 오갈 때 없는 신세 하도 불쌍해서 들어 앉혀 논께로 (놓으니까) 아도(애도) 어른도 몰라보고 갖은 아냥개(아양)를 다 부리네 그랴(그래). 그렇게 숭악 (흉악)한 마음을 먹으면 거기에(사돈)날벼락을 내리는 뱁(법)이여. 아니, 거가 그런다고 죽은 자식이 살아나고 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을 성(것) 싶은감(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뒷간(변소)서도 말어(마라).
인명은 재천이라고 사람은 다 저(자기) 명대로 살다가 가는 뱁이여. 그라고(그리고)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가는 거는(것은) 다 부모 죄여. 부모들이 전생에 죄가 많았기 때문에 자식 놈을 앞세워 놓고는 뒤에 남아서 그 고통을 다 감당하게 만들어 놓은 거여. 애시당초(애당초)자기 팔자 소관인 걸 가지고 누굴 탓하고 자실(할) 것이 없어. 나잇살이 예순 줄에 저만치 들어앉았으면 (예순이 지났으면) 쪼께(조금) 부끄러운 줄도 알아야 지.” 듣고 있던 외할머니는“ 그려 나는 전생에 죄가 많아서 아들놈 먼저 보냈다 치자, 그럼 누구는 복을 휘어지게 짊어지고 나와서 아들 농사를 그따위로 지었냐?” 친할머니는 앙칼진 목소리로“ 에휴, 저놈의 여편네 말하는 것 좀 보게, 참말로 죽으려고 환장을 했는게벼(했는가봐) 아니, 내 아들이 왜 어쩐데 그려”
외할머니“ 생각해보면 알 것이구먼 그려.”친할머니“ 죽은 뒤 제사 지내 줄 자식하나 없응께(없으니까)남들도 모두 그런 줄 아는 모양인디(인데) 우리 순철이는 끄떡도 없다. 끄떡도 없어. 무슨 일이 생겨야 속이 시원하겠 지만은 순철이 갸(그)는 소나기 때도 요리조리 뚫고 다니는 애여.” 외할머니는 가가 찬 듯 딸을 보면서“ 너그 엄씨 (너 시어머니) 하는 소릴 들었냐? 명색이 그래도 사돈인디(데) 나보고 제사 하나 지내 줄 놈 없는 년이란다. 하나뿐인 자식 죽은 것도 분하고 원통한데 아니, 자식 잃고 속이 뒤집힌 애미(엄마)가 뭔 소린들 못하것(겠)냐? 그런디(그런데) 말 한마디 어줍잡아 가지고 아들자식 여럿 둔 유세를 해야 쓰것냐(하겠냐), 너도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야야”
할머니는 싸움을 말리는 아버지를 향해“애비야, 니 동생 어서 죽으라고 고사 지내는 여편네를 내가 쪼까(조금) 혼내줬기로 너까지 한통속으로 목매달게 뭐여, 너한테는 장모인지 뭔지 모르겠지마는 난 죽으면 죽었지 저런 꼴 못 본다. 당장 어떻게 하지 않으면 내가 이 집을 나갈 테니까 알아서 혀(해)” 외할머니는 더욱 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나갈란다. 그렇잖아도 더럽고 챙피해서(창피해서)나갈겨. 차라리 길거리에서 굶어 죽는 게 낫지 이런 집에서 더 있으라고 해도 안 있을겨(있지 않을 것이다.) 이 뿔갱이 집... ” 외할머니도 순간 멈칫한다. 최고조의 흥분 상태가 된 할머니는“ 저 원수를 이 집에 들인 게 누구여, 다 내 쫓아라. (불똥이 며느리에게까지 튄 것.)오늘 중으로 내 쫓아라. 그러고 저것들이 삽작 (삽적)거리로 나가기 전에 짐 보따리 잘 조사혀(해)라. 며칠 전에 내 은비녀가 없어 졌는디(데)어떤 년 손버릇인지 다 알만한 소행 이니께(까)”
싸움이 일단락 된 며칠 후 동만의 고모가 찾아와 할머니와 같이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간다. 점쟁이는 순철의 생사여부를 묻는 할머니를 향해 알 듯 모를 듯한 주문을 외운다. “ 끄떡없다, 끄떡없어. 내가 어떻게 태어난 목숨인디(데) 서방정토 부처님과 명산대천 신령님 공덕으로 점지해 주신 목숨, 얼음 구덩이에 넣어도 끄떡없고 불구덩이에 넣어도 끄떡없다.” 몸성히 잘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점괘가 나왔다. 동만이 고모가 그럼 언제 쯤 돌아 올 수 있느냐고 묻자 또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가자가자 어서 가자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어서 빨리 집에 가자. 마음은 앞서 가는데 왜 이리 더디 오냐. ” 주문을 마치자 점쟁이는, 윤칠월 초여셋날 진시(辰時)에 당도 할 것이란 말을 해준다. 집으로 돌아올 아들을 맞을 채비에 분주하던 어느 날 밤, 읍내에서는 국군과 건지산으로 숨어들었던 인민군 간에 교전이 있었다. 불안했던 동만의 아버지는 할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읍내로 가서 시신들을 확인했지만 동생의 신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 일이 있은 후 할머니는 아들이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것이란 확신으로 집안을 청소하고 밤에는 대문 밖에 등불을 매달고 음식준비로 분주하게 보낸다. 어느 날밤, 외할머니는 음산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바람 소리와 함께 구렁이 우는 소리를 듣게 된다. 외할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 구렁이가 뱀을 잡아 먹고 있어”동만의 이모는 무섭다면서 그만하라고 말한다.
초여셋날 진시에 온다는 삼촌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를 제외한 식구들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다. 막 한 술을 뜨려는 순간, 대문 밖이 소란스럽다. 동만이 대문 밖을 나가니 마을 애들이 상처 입은 뱀을 몰아서 돌을 던지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할머니는 상처 입은 아들을 연상하면서 실신을 하게 된다. 뱀은 대문을 통과해서 감나무에 올랐는데 동만의 외할머니는 대문을 닫은 뒤 뱀을 향해 합장을 하고
“ 이 사람아 집안일을 못 잊어서 왔는가? 자네 보다시피 모친께서는 기력이 여전하시고 다른 식구들도 모두 잘 지내고 있네. 그러니께(까) 집안일일랑 아무 염려 말고 어서 자네 갈 데로 가소. 가야 할 데가 보통 먼 길이 아닌디(데) 여거서(여기서) 이렇게 머물고 있으면 못쓰네. 자네 심정은 내 이해를 하네만 집안 식구들 생각도 혀(해)야지. 자네 모친께서 이러고 있는 꼴을 보면 얼매(마)나 가슴이 미어지시겠는가?”
외할머니는 동만에게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 오라고 한다. 동만이 가져온 머리카락을 불에 태우자 뱀은 감나무에서 내려와 담장을 넘어 대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실신했다가 정신을 차린 할머니는 외할머니를 불러서 화해를 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작품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주인공의 인민군 삼촌과 국군이었던 외삼촌으로 설정했고 좌우의 대립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주인공의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남아선호 사상과 민속신앙은 우리 부모님세대 들의 단면을 잘 나타내고 있고, 자식과 이념의 문제 앞에서는 비록 예의를 갖춰야 할 사돈 관계일지라도 인간 내면 깊숙이 감춰진 추한 모습도 여과 없이 드러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비록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전쟁의 참상과 휴전 후 인민군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조사하면서 가해진 모진 고문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기에 이 작품이 와 닿았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어릴 때를 돌아보면 평온했던 마을에서 큰 싸움이 일어났던 때에는 모두 애들 싸움이 발단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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