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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

권훈달

2025-07-17 11:55:42

오늘은 우리나라 제헌국회가 헌법을 제정한 날입니다. 제헌절이 7월 17일인 이유는 조선이 건국된 7월 17일에 맞춘 것이란 건 다들 알고계시죠. 조선은 제후국(諸侯國)으로 출발했고 대한민국은 분단된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이성계는 1392년 7월 17일 고려의 공양왕이 양위(讓位)하는 방식으로 임금이 되었고 조선이란 국호를 명나라로부터 간택(揀擇)을 받았으니 명나라의 제후국이란 말을 들을 만하죠. 이후 조선의 임금들은 대대로 중국의 왕조가 바뀔 때마다 책봉(冊封)에 관한 인준(認准)을 받아야 했고 때에 맞춰 조공(朝貢)을 해야 했어요. 실리적인 면으로만 본다면 조공이 나쁜 것만이 아니에요. 조선에서 선물을 10개 들고 가면 明이나 淸에서는 체면 때문에 30개쯤 내어 주거든요.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하지 않고 요동 정벌에 나섰더라면 더 넓은 영토를 확보했을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대등한 위치가 되었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홍건적의 탁발승 출신으로 도적떼에 불과했지만 고려는 국가였으니까요. 우왕 때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간행할 정도였으니 국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되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보게 돼요.

고려가 건국하던 10세기 초 중국에는 송나라가 들어서고 북경 위로는 서하,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가 있었어요. 송나라는 서하와 요나라와 전쟁을 했지만 패하고 조공을 바치고 있었는데 12세기 초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 (훗날 淸)가 급속도로 성장을 해요. 여진족들이 얼마나 용맹하냐면, “여진 만 명이면 천하 불감당”이란 말이 있을 정도에요. 송나라는 이때다 싶어 금나라와 연합하여 요나라를 멸망시켜요. 그런데 송나라는 금나라에 전쟁
배상금으로 주기로 한 약속을 어겨요. 금나라는 송나라를 침공하여 항저우 이남으로 쫓아내는데 이 사건을 “정강의 변”이라고 하고 이전을 북송 (北宋) 이후를 남송(南宋)이라고 해요. 13세기 초 몽골의 칭기즈칸이 원(元)나라를 건국하고 금나라와 남송을 멸망시켜요. 이(夷)민족인 원나라 로 부터 멸시받던 한족들이 원나라가 쇠퇴기에 들어가자 반란을 일으켜요. 이들이 나중에 홍건적(紅巾賊)이 되어 고려를 침략하죠. 한족(漢族)이 중국을 지배했던 때는 한(漢), 송(宋), 명(明)이고 나머진 이민족들이 세운 국가들이에요.

고려왕조는 크게 3등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고려의 건국과 거란족의 침입, 다음은 무신정권(대몽항쟁)과 원(元)의 간섭시기, 마지막으로 공민왕 이후 멸망까지요. 다들 알다시피 왕건은 후삼국을 통일하고 고려를 건국하죠. 광종 때는 과거제를 실시하고 노비안검법을 만들어 국가를 반석(盤石)위에 올려놓게 되죠. 거란족의 1차 침입은 거란 장수 소손녕을 서희가 담판을 지어 돌려보냈고, 2차 침입은 거란의 성종이 “강조의 정변”을 구실삼아 직접 출정했으나 고려의 현종이 거란조정으로 들어가면서 물러났고, 3차 침입은 소배압(소손녕의 형)이 강동6주 반환을 요구하면서 침공을 했는데 귀주에서 강감찬 장군에 의해 대패하고 회군 했어요. 거란을 한자로 (契 부족이름 글, 丹 붉을 란)으로 씁니다. 우리가 요(遼)나라 라고 하지 않고 부족이름을 쓰는 이유는 아무래도 오랑캐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금나라 보다는 여진족, 일본보다는 왜구, 원나라 보다는 몽골족이라고 부르는 이유죠. 송나라는 화이사상(華夷思想) 이 강했고 송나라에서 들어온 성리학을 건국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소중화 (小中華)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족 외에는 오랑캐 취급을 한거죠. 중국에서는 우리보고 오랑캐라고 하든지 말든지 우리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다음은 무신정권이 100년 동안 이어지다가 원종 때 원나라에 의해서 끝이 나요. 이후 고려의 왕들은 원나라 황실의 공주와 혼인함으로서 부마국 (鮒馬國)이 됩니다. 여몽전쟁이 한창일 때 고려의 태자(원종)는 전쟁을 종식하고 강화를 맺기 위해서 부왕(고종)을 대신해서 원나라로 갑니다. 때마침 몽케칸이 죽고 칸의 자리를 두고 쿠빌라이와 동생 아리크부카 사이에 내전 중이었어요. 이때 태자는 쿠빌라이를 찾아가요. 절묘한 선택을 한거에요. 쿠빌라이는 기뻐하며 “고려는 머나먼 나라로 고구려는 그 옛날 당태종도 굴복시킬 수 없었던 나라였는데 그 나라의 태자가 왔으니 이는 하늘의 뜻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원나라 입장에서는 수십 년 동안 고려를 항복시킬 수 없었는데 직접 찾아와 제후국이 되겠다고 하니 명분이 섰던 거죠.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것은 다들 아시죠. 쿠빌라이는 태자에게 불개풍토(不改風土)즉 원나라의 속국이 되더라도 고려의 고유한 풍속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 는 약속을 받고 때마침 승하한 고종의 뒤를 이어 국왕으로 책봉을 받아서 귀국을 하게 되는데 쿠빌라이의 약속은 끝까지 지켜지게 돼요.

25대 충렬왕 때부터 31대 공민왕 대까지 원나라 황실의 공주들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사극 같은 걸 보면, 임금이 자기를 칭할 때 “짐(朕)을 과인(寡人), 폐하(陛下)를 전하(殿下), 태자(太子)를 세자(世子), 선지(宣旨)를 왕지(王旨)”로 부르는데 이때부터 신분을 한 단계 격하시켜 불렀고 제주도에 목마장(牧馬場)을 설치한 한 것도 이때라고 해요.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제외한 왕들은 몽골 황실의 공주들과 혼인하여 비참한 생활을 했다고 해요. 공민왕은 개혁을 추진하지만 노국공주가 죽으면서 개혁의지를 잃고 정사를 신돈(辛旽)에게 맡기고 어린 자제위들과 동성애를 즐기다가 홍륜, 최만생 에게 시해를 당하게 되죠. 우왕이 즉위하게 되는데 이름이 모니노(牟尼奴) 한자로 풀이하면 석가모니의 노예란 뜻이에요. 엄마가 반야(般若)인데 신돈이 공민왕에게 소개해서 모니노가 태어났다고 해서 훗날 우왕과 창왕은 이성계와 신진사대부들로부터 폐가입진(廢假入眞) 즉 거짓을 폐하고 진짜를 들인다는 명분아래 폐위당하고 이성계는 공양왕을 세웠다가 양위(讓位) 받아요.

이성계는 고려 충숙왕 복위 3년(1335년) 10월 27일 동북면 화령에서 아버지 이자춘과 어머니 최씨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원나라 쌍성총관부  만호였다고 해요. 27대 충숙왕은 원나라에 의해서 폐위되었다가 28대 충혜왕이 원나라로 끌려가서 죽게 되자 다시 복위한 해를 말해요. 화령(和寧)의 위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요 함흥차사(咸興差使)란 고사의 유래 그리고 “동북병마사”로 있다가 공민왕의 차출로 중앙으로 올라오게 된 배경, 쌍성총관부의 위치를 보면 함경도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만주 지역 어디라고 주장하는데 당시 고려의 영토를 감안하면 아닌 것 같아요. 이성계의 본향은 전주인데 고조부인 이안사가 기생문제로 산성별감과 갈등을 빚고 전주에서 삼척으로 이주했는데 우연찮게 삼척에서도 상관으로 만나게 되어서 간도로 이주를 했고, 몽고군이 쳐들어왔을 때 항복하여 다루가치(몽골벼슬)가 되었다고 해요. 이후 증조부 이행리, 조부 이춘에 이르기까지 대대로 이를 세습하였다고 하네요. 이성계는 신궁에 가깝고 아주 용맹했는데 공민왕, 우왕 시기에는 여러 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어요. 이때 정도전은 변방의 장수였던 이성계를 통해서 역성혁명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거죠.

지하철 1호선에 회룡(回龍)역이 있어요.  강북5산 종주를 하다보면 회룡역 을 지나 사패산(賜牌山)으로 오르게 되는데요, 회룡이란 지명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무학대사가 함흥차사로 가서 이성계를 모시고 왔는데 이방원이 이곳까지 마중을 가서 맞이했다는 설과 또 다른 하나는 절에서 무학대사와 함께 3년간 창업의 기도를 올렸다는 설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후자 같아요. 왜냐면 이성계가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 지은 시가 남아 있는데 내용 또한 창업에 관한 포부가 담겨있거든요. 사패(賜牌)이란 이름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이 공을 세운 왕족이나 신하에게 땅이나 노비를 하사할 때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서를 사패라고 해요. 사패산은 선조의 6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柳廷亮)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고 하여 붙은 이름이에요. 사패산 정상에는 넓은 바위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가 좋고 포대능선을 따라 도봉산(道峰山)으로 이어지죠. 도봉산 최고봉은 상스러운 구름이 걸려있다고 해서 자운봉(紫雲峰)이며, 남쪽으로 아주 높은 곳이란 뜻의 만장봉(萬丈峰 ) 기고만장할 때 만장이죠ㆍ신선이 산다고해서 선인봉(仙人峰)이 있고, 서쪽으로 봉우리 5개가 나란히 줄지은 오봉(五峰) 과 여성봉이 있어요. 산 아래는 도봉서원이 있었는데 흥선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인해 1871년 훼철(毁撤)되었으며 위패는 땅에 묻었다고 하네요. 도봉산은 선계(仙界)라 할 수 있고 도가사상과 관련하여 붙여진 이름 같아요.

이성계는 향처(鄕妻)인 한씨 사이에서 6형제와 여식을 뒀고, 경처(京妻)인 강씨 사이에 방번과 방석 그리고 여식을 뒀는데 방번과 방석은 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에 의해 죽게 되고, 형인 방과에게 왕위를 양보하죠. 방간이 일으킨 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하고 3대 태종으로 등극합니다. 왕권을 두고 형제간에 싸운 것은 당나라 태종 이세민과 비슷해요. 태종과 세종 대에는 평안도와 함경도에 있던 여진족을 몰아내고 4군(郡)과 6진(鎭)을 개척하여 현재의 국경을 확정지었어요. 성종 대까지는 훈구파가 득세를 했지만 이후 사림들의 붕당정치, 사화(士禍)를 겪게 되고, 반정(反正),왜란, 호란을 겪다가 숙종 대에 이르러 환국(換局)정치를 하면서 왕권이 강화되죠. 천주교 박해, 세도정치(勢道政治) 서구열강의 침략, 일제의 국권피탈,   해방, 한국전쟁, 경제성장이란 단어들이 떠오르네요. 기억나는 대로 적어 봤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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